학생처 소식

돌봄을 넘어 상호 의존으로, 장애학생지원센터 ‘기꺼이 기대는 마음’

Author
관리자
Date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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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때로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행동을 어색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댄 채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5월 22일(금) 오전 10시,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주최한 ‘기꺼이 기대는 마음 - 예술과 예술교육, 장애와 문화의 상호 의존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녀야 할 따뜻한 연대의 시선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강연은 ‘혼자라는 환상: 삶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예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담과 ‘이어지는 대화, 깊어지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문답 순서로 진행됐다.

‘기꺼이 기대는 마음’ 행사 포스터 ‘기꺼이 기대는 마음’ 행사 포스터

 

통제를 걷어낼 때, 비로소 탄생하는 다양한 시선으로서의 예술 - 예술교육가 김인규 작가

김인규 작가는 발달장애를 지닌 청년 진우의 아버지다. 오랜 세월 미술 교사로 살았으며 15년 가까이 발달장애인들과 미술 활동을 함께해 왔다. 지금은 화가로 활동하면서 개인 작업실을 발달장애인을 위해 개방하고, 여러 교육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작가는 복지관이 가지는 제약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복지관은 발달장애인을 돌봄의 대상 혹은 단순 프로그램 이용자로 한정 짓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3월부터 12월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장애인들이 1년 내내 언제든 오고 싶을 때 오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개인 작업실을 사용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그는 “그 안에서 직접 회장을 뽑아 주체성을 부여하고 통제를 없애니 이들의 예술적 생산력이 더욱 잘 발휘되었다”라고 장애인들을 수동적인 프로그램 수혜자가 아닌, 주체적인 창작자로의 변화를 이끈 경험을 공유했다.

이러한 자율성은 공공 공간의 풍경도 바꿨다. 복지관 창고에 쌓여있던 타일 2,000여 장을 활용한 작품이 새로 지은 서천군청 로비를 채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시선이 담긴 작품은 관료적 공간을 유연하게 풀어냈다. 이는 발달장애인들이 공공기관 내에서 단순 이용자가 아닌 공간의 주체이자 창작자로서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인규 작가 강연 모습 김인규 작가 강연 모습

 

비장애인의 방법론을 해체한 장애예술교육 - 문화예술기획자 최선영 작가

최선영 작가는 2007년부터 창작, 기획, 교육, 연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완벽한 결과물보다 창작 과정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 작가는 장애인을 개별성의 스펙트럼이 넓은 존재로 정의하며, 이러한 특성이 예술과 깊이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 중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오브제를 다양하게 해석할 줄 아는 주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장애인 예술교육은 비장애인 중심의 예술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적 설계에만 치중해 왔다는 것이 최 작가의 지적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개별성을 드러내며 자기답게 존재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시도들이 예술 영역에서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최 작가는 “장애인의 개별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욕구와 속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본인의 프로그램을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간에서는 정해진 4시간 안에 원하는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영 작가 강연 모습 최선영 작가 강연 모습

 

강연 후에는 두 작가와 함께하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장애인 예술 활동에서도 완벽에 대한 갈망이나 수정, 타인과의 비교가 존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선영 작가는 “부모나 외부 매개자들이 생각하는 완성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당사자의 고유한 낙서나 흔적을 임의로 지우고 수정한 포트폴리오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인규 작가는 “지시와 제약이 있는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자주 발견되지만, 통제가 사라지고 자율성이 존중되면 오직 자기만족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라고 덧붙였다.

학습자의 개별성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교육자로서 방향을 설정하는 어려움에 관한 질문에 두 연사는 공통적으로 유연성을 강조했다. 최 작가는 “첫 시간부터 완벽한 프로그램을 짜기보다 수많은 선택지를 깔아두고 당사자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며 “예측이 실패하는 상황을 당연하게 인정하면 교육자의 불안도 자연스레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교육은 연간 계획을 세워놓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계속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이다”라고 교육의 유연한 특성을 강조했다.

(좌측부터)질의응답 중인 박혜준 센터장, 최선영 작가, 김인규 작가 (좌측부터)질의응답 중인 박혜준 센터장, 최선영 작가, 김인규 작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내일

장애학생지원센터 박혜준 센터장(아동가족학과 교수)은 경쟁과 성취를 중시하는 대학 환경 속에서 관계와 돌봄, 상호 의존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본 강연은 박 센터장의 ‘특수아동의 이해’ 수업과 연계해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그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기관을 넘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함도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이번 강연을 통해 ‘의존’이나 ‘기댐’이 부족함이나 결핍의 표시가 아니라,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맺는 관계의 방식이라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구성원들이 서로의 취약함과 필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지원 서비스의 확대뿐 아니라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넘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협력하여 기꺼이 기댈 수 있는 대학 공동체를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와 같은 포용적인 대학을 향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장애학생지원센터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함다현 기자
dh1130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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