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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책방〉, 장애를 넘어 삶을 읽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7-01
조회
113
장애인과 주변인의 삶은 낯설고, 무언가 특별할 것이라는 비장애인 중심의 인식에 도전하는 전시가 열렸다. 아동가족학 전공 '특수아동의 이해' 수업의 일환으로 학생과 지도교수가 함께 기획한 전시 〈사람책방〉은 문화예술원 Class-Up 공모 선정작으로, 6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제1파워플랜트에서 진행됐다. 덴마크의 사람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사람책방〉 프로젝트는 장애인, 장애인의 부모, 교사, 코다(CODA·청각장애인의 자녀) 등 16명의 삶과 경험을 학생참여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사람책방〉 포스터 〈사람책방〉 포스터

 

장애인의 삶은 우리 모두와 연결된 ‘보편적 삶’

 

〈사람책방〉 전시의 학생참여작가들은 팀별로 직접 섭외한 2~3명의 장애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물과 공간으로 표현했다. 코다인 최민웅 선생님을 ‘사람책’으로 섭외한 ‘CODA by CODA’ 팀의 마혜림 학생(아동가족학과·22)은 “처음에 SNS를 통해 섭외 요청을 드렸을 때는 고사하셨지만,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물성 있는 전시 형태로 재구성한다는 내용을 듣고 섭외에 응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최 선생님은 어릴 때는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으며, 이런 이유로 부모님과 단절된 삶을 선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26살 때 수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이후에는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CODA by CODA’ 팀은 최 선생님의 이런 삶의 과정을 방으로 형상화했고, 선생님의 말씀이나 아이템을 직접 배치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이 팀이 만난 또 다른 코다, 김소리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말보다는 수어를 먼저 접했다. 우유 주문, 은행 업무 등 부모님의 일상을 돕던 김 선생님은 정식으로 수어를 배우며 특수교사가 됐다. 이처럼 두 사람은 모두 코다였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장애를 경험하고 관계 맺는 방식은 각기 달랐다. 마혜림 학생은 “장애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코다마다 각자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아픔과 강점,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한 가족 안에서도 경험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CODA by CODA 팀의 전시 공간과 학생참여작가들 CODA by CODA 팀의 전시 공간과 학생참여작가들

 

‘있는 그대로’ 팀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장애아동의 어머니, 아동발달치료사 선생님, 장애아동이 함께 다닐 수 있는 장애통합어린이집 원장님의 이야기를 인생 그래프와 공간으로 표현했다. 김다해 학생(아동가족학과·24)은 세 분이 공통적으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전시 공간의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에 대해서는 꽃은 어디에 피어있든 꽃이듯, 아이들을 너무 특수하거나 불쌍하게 여기지 말고 똑같이 동등한 인간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애아동 어머니가 추천해 주신 노래라고 소개했다.

 ‘있는 그대로’ 팀의 전시 공간 ‘있는 그대로’ 팀의 전시 공간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인천예림학교에서 특수교사와 실무사* 선생님들을 만난 ‘가고 싶은 학교, 오고 싶은 학교’ 팀은 특수학교의 하루를 사물과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학생들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토끼인형, 우유를 따라 마시던 컵 등 작고 평범한 물건을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관계와 성장의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교실을 형상화한 공간을 기획하게 된 목표에 대해 강서윤 학생(아동가족학과·23)은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간 다른 점과 다르지 않은 점을 모두 발견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가고 싶은 학교 오고 싶은 학교’ 팀 학생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가고 싶은 학교 오고 싶은 학교’ 팀 학생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나눠 우리’ 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상윤 씨와 그의 어머니 남영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학생참여작가는 관람 초반 관람객에게 두 사람이 각각 독립된 한 사람의 이야기로 소개한다. 설명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독립된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전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이 모자 관계임을 알게 되는 구조다. 고다연 학생(소비자아동학부·23)은 이러한 순서로 전시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엄마와 아들이기 전에 각자의 꿈이 있었고, 비록 그 꿈은 삶을 따라 궤적이 변화하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나눠 우리’ 팀의 전시 공간 ‘나눠 우리’ 팀의 전시 공간

 

이 외에도 장애가 있는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함께 걷는 마음’ 팀, 장애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___ 굴러갑니다.’ 팀, 청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을 다룬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팀 총 7개의 팀이 전시에 참여했다.


“우리 모두 책이다” - ‘사람책’에서 시작해서 결국엔 ‘나’의 이야기로

 

〈사람책방〉 전시는 아동가족학 전공의 ‘특수아동의 이해’ 수업에서 출발했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장애학의 이론적 토대에 대해 학습하고, 질적 연구 워크숍과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채빈 학생(자유전공학부·24)은 “수업에서 배운 ‘강점중심접근법**’이 장애를 바라보는데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고, 실제 인터뷰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채빈 학생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관람객에게 장애인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와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에서 어떤 사람을 인터뷰할지 논의하고 있는 학생들 수업에서 어떤 사람을 인터뷰할지 논의하고 있는 학생들

 

수업과 전시를 총괄한 박혜준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인터뷰란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익숙해지는 과정, 내가 알고 있고, 생각했던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다. 특히, 장애가 있다고 해서 특별하게 대하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조심스럽게 대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인터뷰에서 질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학생참여작가들에게 수업과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내내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학생참여작가들의 ‘책’을 꼽았다. 학생참여작가들은 ‘사람책’들을 만난 후, 각자 자기만의 서사가 담긴 책을 만들었다. 박 교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이유는 나를 더 잘 알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한 학기 동안 ‘장애가 무엇이지?’에서 출발했지만 (학생참여작가들의) 책을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지?’와 같은 자기 이야기로 돌아왔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 프로젝트 기간 학생참여작가들이 만든 자기의 서사가 담긴 책 이번 전시 프로젝트 기간 학생참여작가들이 만든 자기의 서사가 담긴 책

 

이현경 조교(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는 학생참여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들을 만나고 와서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을 한 사람의 인생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조교는 이 전시를 준비하며 “사람을 단편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직접 만나 귀 기울여 본 경험”을 채운 학생들이 “앞으로 누군가를 마주할 때 포용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사람책방〉은 장애를 무심코 ‘특별하고 낯선 것’으로 여겨 왔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전시 공간에서 그들은 장애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서사를 꾸려나가는 ‘사람책’들이었다. 우리 인간은 저마다의 서사가 있다. 장애를 바라볼 때, 조금만 시선을 돌려 나와 닿아있는 ‘서사’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 공동체가 포용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개인의 서사를 이해하고, 그들의 서사와 나의 서사를 연결 지으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특수교육실무사: 특수학교나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를 보조하며 장애학습의 학습, 신변, 처리, 이동 및 등하교 등을 지원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
**강점중심접근법: 그 사람의 결점과 부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자원에 주목해 강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강점으로 어떻게 채울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태도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현승환 기자
shhy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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